강릉은 강원도 동해안의 대표 도시이자, 바다·산·문화·역사가 어우러진 천혜의 지역입니다. 신라시대부터 이어져온 유서 깊은 도시이자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 문인과 예술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강릉은 그 이름만으로도 청명하고 강직한 인상을 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강릉’이라는 지명의 유래, 역사적 사건들, 그리고 오늘날 강릉의 정체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큰 강이 지나는 마을의 언덕
‘강릉(江陵)’이라는 지명은 한자로 ‘강 강(江)’과 ‘언덕 릉(陵)’을 써서, ‘강변의 높은 언덕’ 혹은 ‘큰 강이 지나는 마을의 언덕’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강릉이 동해안에 인접하면서 내륙 산지와 해안선이 조화를 이루는 지형을 반영한 이름입니다. 삼한시대에는 이 지역이 진한과 변한의 경계에 속한 고을로 여겨졌으며, 삼국시대에는 고구려의 ‘혜률군(曷瑟羅郡)’, 이후 신라에 의해 명주(溟州)로 개칭되었습니다. 신라 경덕왕 16년(757년)에 지방 제도 개편에 따라 ‘강릉’이라는 이름이 등장했고,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쳐 강릉도호부로 승격되어 오늘날까지 이름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동해안 문화의 중심지
강릉은 한반도 동해안 문화의 중심지로 다양한 역사적 사건의 배경이 된 도시입니다. 그중 하나는 명주 지방의 발전입니다. 신라시대 강릉은 동해안 지역에서 행정과 국방의 중심지로 기능했으며, 고려시대에는 교역항과 군사 요충지로 주목받았습니다. 또한 고려시대 강릉 출신 문신 이자현은 문헌공 이자연의 후손이자, 고려 불교·유학·천문학의 발전을 이끈 인물로, 강릉이 문화와 학문의 도시였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세조와 관련된 전설, 단종 복위운동과 연결된 지방 지식인들의 활동, 그리고 관동팔경 중 하나인 경포대의 문학적 기록들이 강릉의 역사적 자취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줍니다. 근대사에서는 일제강점기 시기 강릉 청년들의 독립운동과 신간회 활동, 그리고 농민운동 등이 활발하게 전개되었습니다. 20세기 후반부터는 관광도시로 급부상했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빙상 경기 개최지로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국제도시로 도약하게 됩니다.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이 지금까지 전승된 도시
강릉은 자연, 문학, 전통이 어우러진 다층적인 문화도시입니다. 대표적인 유산으로는 경포대, 강릉단오제, 오죽헌, 선교장, 허난설헌 생가, 참소리박물관, 초당두부 거리 등이 있으며, 이 중 ‘강릉단오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전 세계적인 전통 축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또한 오죽헌은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생가로, 조선 중기 성리학과 여성 교육문화의 상징으로 꼽힙니다. 경포대는 동해와 경포호수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누각으로, 조선의 문사들이 시를 읊던 장소이자 관동팔경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오늘날 강릉은 전통문화와 현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로, 커피거리·전통시장·해변축제·국제영화제 등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통해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사랑받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또한 강릉은 영동권 해양·바이오 산업 거점, 남북 철도 연결 거점, 관광·레저형 스마트시티로 성장 중이며, 전통문화에 IT기술과 친환경 산업을 결합한 미래형 복합도시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강릉은 그 이름처럼 바다와 언덕, 전통과 미래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입니다. ‘강릉(江陵)’이라는 두 글자에는 자연의 아름다움, 민속의 깊이, 문학의 정수가 함께 스며 있으며, 신라의 명주에서 대한민국 동해안의 문화 수도로 발전해 온 강릉의 여정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강릉을 찾는다면 단지 바다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한 도시가 간직한 수천 년의 지성과 감성을 직접 마주하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