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대한민국 동남부 해안에 위치한 대표적인 산업 도시이자 광역시로, 현대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등 국가 경제를 이끄는 핵심 도시입니다. 하지만 울산의 정체성은 단지 산업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고대부터 해상 교류의 거점이었고, 신라의 동남 해안 방어 거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울산은 지명에 깊은 자연과 문화의 뜻을 담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다채로운 사건들을 간직한 도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울산의 지명 유래, 대표적인 역사적 사건, 그리고 현재의 도시 정체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울창한 산림의 고장 울산
‘울산(蔚山)’이라는 지명은 한자로 ‘푸를 울(蔚)’과 ‘뫼 산(山)’을 조합한 것으로, ‘푸른 산이 있는 고을’, 혹은 ‘울창한 산림의 고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울산은 동해를 끼고 있으면서도 내륙으로는 가지산, 신불산, 문수산 등 산지가 둘러싸인 지형으로, 이러한 지형적 특성이 지명에 그대로 반영된 것입니다. 울산은 삼한시대에는 변한 12국 중 ‘거질미국(居柢彌國)’의 일부였으며, 삼국시대에는 신라의 영역으로 편입되어 '울주(蔚州)'로 불렸습니다. 울주라는 이름은 신라 경덕왕 때 중국식 명칭을 도입하면서 만들어졌고, 이후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는 ‘울산도호부’로 승격되며 행정 중심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울산'이라는 현재의 명칭은 울주의 중심 지역으로부터 유래되었고, 일제강점기 이후 근대 행정구역 개편을 거치며 공식 지명으로 확정되었습니다. 특히 1962년, 울산이 산업기지로 지정되면서 시로 승격되었고, 1997년에는 광역시로 승격되며 오늘날의 울산광역시로 발전하게 됩니다.
1인당 GDP 1위 도시로 발전한 울산
울산은 고대부터 해양 교역과 국방의 요지로 기능하며 다양한 역사적 사건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신라시대에는 동해 해상 루트를 통제하는 군사 및 교역 거점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왜구 방어의 최전선으로 수차례 전쟁의 현장이 되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특히 정유재란(1597년) 당시 ‘울산왜성(蔚山倭城)’ 전투가 유명합니다. 일본군 장수 가토 기요마사가 축성한 울산왜성은 동남 해안을 지키는 핵심 거점이었으며, 조선군과 명나라 연합군이 이 성을 공격하면서 8개월 간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습니다. 이 전투는 병참과 보급의 중요성, 성채전의 한계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울산이 전략적 요충지였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근대사에서는 1962년 박정희 정부 시절 ‘특정 공업지구’로 지정되며 국가산업단지가 조성, 현대그룹이 울산에 정착하면서 조선·자동차·정유산업이 급속히 발전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울산은 1970~90년대 동안 대한민국 1인당 GRDP 1위 도시로 성장했으며, 산업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도시로 부상합니다.
산업도시뿐만이 아닌 풍부한 자연환경을 간직한 도시
울산은 산업도시 이미지가 강하지만, 동시에 선사시대부터의 유적과 풍부한 자연환경을 간직한 도시입니다.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선사시대 바위그림입니다. 반구대 암각화는 고래·사슴·호랑이 등 다양한 동물과 사냥 장면이 새겨져 있어, 한반도 최초의 기록문화 유산이자 해양 문화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울산은 간절곶, 대왕암공원, 태화강 국가정원 등 아름다운 자연 명소를 품고 있으며, 도시 재생과 생태 회복 사업을 통해 ‘녹색 산업도시’로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태화강 국가정원은 2019년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어 생태·문화관광도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울산고래축제, 처용문화제, 울산국제영화제, 울산서사페스티벌 등 현대적 문화콘텐츠도 활발히 펼쳐지고 있으며, 산업과 전통, 자연과 미래가 공존하는 다면적 도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울산은 단순한 산업도시가 아닙니다. '푸른 산'이라는 지명처럼 자연과 어우러져 성장해 왔으며, 신라의 국방 요충지에서 현대 대한민국의 경제 엔진으로 자리잡기까지 다양한 역사적 흐름을 경험해 온 도시입니다. 울산의 어원, 전쟁의 흔적, 산업화의 급부상, 그리고 반구대 암각화에 이르기까지 이 도시는 과거와 현재, 자연과 산업이 살아 숨 쉬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울산을 방문한다면 그 이름에 담긴 깊은 뜻과 역사를 함께 기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