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은 전라북도 남서부에 위치한 도시로, 백제와 후삼국, 조선과 근대사까지 아우르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합니다. 동학농민운동의 발상지로 알려진 정읍은 우리 민족의 자주정신을 대표하는 고장이며, 고유의 지명과 전통, 자연환경까지 문화유산이 풍부한 지역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정읍’이라는 이름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어떤 역사적 사건을 품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어떤 도시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수원이 풍부하고 정결한 마을
‘정읍(井邑)’이라는 지명은 한자로 우물 정(井)과 고을 읍(邑)을 써서 ‘우물이 있는 마을’, 또는 ‘수원이 풍부하고 정결한 고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지명의 유래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본래 이 지역은 백제시대 고사부리현(古沙夫里縣)으로 불리던 곳입니다.
고사부리는 백제 무왕의 후손이 통치한 지역으로, 지명은 이후 신라 경덕왕 때 정촌군(井村郡)으로 변경되었고, 고려시대에는 정주(井州)로 불리다 조선 태종 때 ‘정읍’이라는 현재의 이름으로 확정됩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정읍은 예부터 맑은 물과 비옥한 토지, 풍요로운 농업 환경을 기반으로 발전한 지역입니다.
견훤의 고향, 성리학과 풍류문학의 중심지
1. 후백제 견훤의 출생지 설
정읍은 후삼국 시대의 주역 중 하나인 견훤(甄萱)의 고향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따르면 견훤은 정읍의 고부현(古阜縣) 출신으로, 신라 말의 혼란 속에서 후백제를 창건한 인물입니다.
2. 동학농민운동의 발상지
1894년, 정읍 고부군에서 시작된 고부농민봉기는 조선 말기 동학농민운동의 도화선이 되었고, 곧이어 전국적인 민중 봉기로 확산되었습니다. 고부군수 조병갑의 수탈에 항거한 농민들이 전봉준을 중심으로 봉기하며 고부 관아를 공격했고, 이는 동학 1차 봉기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3. 조선 중기 문화 중심지
정읍은 조선시대 유교와 성리학, 풍류문학의 중심지였습니다. 정극인의 『상춘곡』은 한국 최초의 한글 창작 가사문학으로, 정읍 지역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정읍의 자랑
- 내장산 국립공원: 가을 단풍으로 유명하며, 내장사·벽련암 등 불교문화 중심지.
- 무성서원: 조선시대 사액서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 황토현 전적지 & 동학농민혁명기념관: 동학군과 관군의 첫 전투지.
- 정읍사 문화공원: 백제가요 정읍사의 유래지로, 문학공원 조성.
현대의 정읍
- 첨단산업 육성: 방사광가속기, 바이오산업단지 조성.
- 관광도시 개발: 내장산 관광벨트, 역사문화지구 조성.
- 로컬브랜드 강화: 단풍미인 쌀, 정읍한우, 정읍 배 등 특산물 육성.
우물 고을의 한민족의 정신적 자산 도시
정읍은 그 이름처럼 맑은 물과 사람의 정서가 흐르는 ‘우물 고을’입니다. 백제의 고사부리부터 고려·조선을 거쳐 동학혁명에 이르기까지, 정읍은 한민족의 정신적 자산을 온몸으로 품어온 도시입니다. 정읍을 찾는다면 단순히 역사의 장소를 밟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흐르고 있는 정(情)과 의(義), 풍류와 혁신의 숨결을 마주하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